넘버원(No1times)

여간첩 원정화의 구속으로 한국판 ‘마타하리’ 사건의 베일이 벗겨졌다.

출중한 외모와 세련된 이미지의 여간첩 원정화의 구속으로 그녀의 기이한 인생 역정을 연합뉴스가 첫 보도했다. 그녀는 영화 ‘쉬리’를 방불케 하는 기구한 인생 드라마가 있었다는 것.

원정화는 열다섯 살 때부터 불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27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원정화는 남파공작원을 기르는 특수부대에서 열다설 살이던 1989년부터 훈련을 받다가 3년 뒤 다쳐서 제대하게 됐다.

제대 후 부족하지 않은 집안이었지만 원정화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홈치다가 교화소에 들어가게 됐고 풀려난 뒤에도 다시 도둑질에 하게 됐다는 것.

그러던 중 원정화는 큰 사건을 터뜨리고 말았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은 북한에서는 아연 1kg만 훔쳐도 총살이 되는데, 어려운 친구를 돕겠다며 아연 5t을 훔쳤고 당국에 적발되자 탈북을 감행했다는 것.

이윽고 친척의 도움으로 절도 사건을 무마한 원정화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공작원으로 포섭되기 이르렀고, 남파 공작원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원정화는 2001년 남한 사업가와 접속을 통해 아이를 가지게 됐고, 임신한 상태에서 최 모라는 조선족 남성을 만나 임신사실을 숨기고 결혼 한 뒤 본인도 조선족으로 위장해 2001년 말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원정 화는 곧 최 씨와 이혼을 했고 최 씨에게 딸 양육비를 받아내는 등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후 국가정보원에 탈북자라고 허위 자수를 한 원정화는 경기 지역에 대북 수산물 무역업체를 차린 뒤, 본격적인 남파 간첩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이후 중국을 14차례나 드나들며 북한 지령을 받아 수행했다. 그녀는 황장엽 씨를 찾아내고 남한의 국가 주요시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대북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요원 2명을 살해하는 것도 그녀의 임무였다.

이후 꾸준한 활동을 해오던 그녀는 2005년 9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군 장교들에게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때 소개받은 김 모 소령과 사귀면서 군사기밀을 탐지했고 북측 지령으로 김 소령을 중국으로 유인하려는 시도까지 감행했다.

이것이 여유치않자 2006년 말 만난 황모 중위(대위 진급예정)와 교제하면서 군에서 안보 강연을 하는 탈북자들의 명단 등을 빼내 북측에 보고하는 등 지령 수행을 위해 성관계를 갖는 등 이른바 ‘꽃뱀’을 자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 역시 군 안보 강연자로 나서서 50여 차례나 강연을 하는 등 철저한 ‘두 얼굴’로 자신을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장교인 김 소령과 황 중위를 비롯해 여러 명의 현역 군인을 동시에 만나왔다.

남한 생활에 익숙해진 원정화는 한국의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겪어야 했던 갖은 고생담을 듣게 되었고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북 정보요원을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독침’을 받아오기도 했지만 정작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고 북한에 대한 충성심도 약해져 실행하지 못하게 됐다.

번번이 주요 지령 완수가 실패하자 원정화는 정작 자신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휩싸였다. 두려운 나머지 집에 자물쇠를 무려 4개나 설치하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게 됐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서 불안감을 달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황 중위와 사이가 실제 연인관계로 발전하면서 황 중위와 일본으로 도피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앞서 탈북자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일본에 가서 현지 영주권을 얻었던 원정화는 황 중위를 데려올 수 있도록 일본 남자와 세 차례 선까지 봤다는 것.

그녀는 황 중위와 일본으로 달아난 뒤 황 중위를 조총련에 가입시켜 함께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계산이었다. 최근 몇 달간은 자수를 하는 방법도 생각도 해봤다는 원정화.

황 중위도 그녀가 간첩임을 알았고 수차례 자수를 권했다고 한다. 결국 꼬리가 밟혀 적발된 원정화는 수사당국에 남파 간첩임을 실토했고 수사 초기에는 거의 밥도 먹지 못하는 등 심리적 불안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꼬리가 밟혀 적발된 원정화는 수사당국에 남파 간첩임을 실토했고 수사 초기에는 거의 밥도 먹지 못하는 등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여러 차례의 설득을 통해 안정을 찾게 되었고 수사기관의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타하리’ 원정화는 철저하게 화려하면서 매력 있는 외모를 여러 남자들을 꽤서 자신의 원하는 정보를 캐낸 것으로 드러났다. 적극적인 성관계를 통해 현역 군인들을 홀린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방조한 장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원정화 어떤 정보를 북한에 넘겼을까?

원정화가 내연관계인 모 사단 정훈장교인 황모(26 대위진급 예정, 구속)중위를 통하거나 자신이 독자적으로 수집한 군사정보는 ‘기밀’이 아닌 ‘관리요망’ 수준에 그친 것으로 공안당국은 밝혔다.

하지만 그녀가 중국주재 북한 보위부로부터 침투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한 2001년 10월부터 다음 달까지 양주와 서울 등 미군기지 6곳을 촬영 하는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는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간 원정화는 보위부로부터 군 장교를 포섭한 후 군사기밀을 탐지하고 이들을 중국으로 유인하라는 지령을 받은 데 이어 1년 후에는 군부대 안보강연 활동을 하면서 군부대 위치 및 군 장교 인적사항, 안보강연을 하는 탈북자의 인적사항 등을 파악해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녀는 안보강연을 다닌 군부대의 위치를 자신의 수첩에 세밀하게 기록해 놓기도 했고, 안보강연을 위해 방문한 부대 장교들에게 명함을 달라고 요구, 명함 100장을 수집해 보위부에 전달하기도 해, 사실상 주요 기밀을 빼돌렸다.

이번 사건으로 좌파정권 10여 년 동안의 간첩활동에 대처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과거 국정원 업무가 정치사찰 등의 정권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이명박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면서 국정원의 원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영덕 기자 ghost7287@nate.com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8.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