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유력 방화 용의자 채 모(70)씨가 경찰에게 범행을 시인했다고 12일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이 보도했다. 경찰은 채 씨가 이번 숭례문 방화 이전에도 문화재 방화전과가 있는데다 목격자들이 본 60대 남성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채씨를 지목하고 추적하여11일 강화도 화점면에서 채씨를 붙잡아 밤샘 조사를 벌여 범행을 자백받았다고 한다.
10일 오후 8시50분께 숭례문의 2층 누각에 올라가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숭례문을 전소시킨 혐의를 경찰로부터 받고 있는 채씨는 이미 문화재에 방화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방화전과자이다. 채씨는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러 4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보급 문화재에 방화를 시도한 범죄에 비한다면, 채씨는 자신의 방화범행에 관해서 물렁한 판결을 받았던 것 같다.
채씨가 문화재들에 방화한 이유는 자신의 재산에 관련된법적 판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경찰은 판단했다. 문정전에 방화할 당시에 자신이 갖고 있던 토지 보상문제가 잘못돼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채씨는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사회적 불만자들이 관심을 끌려고 저격이나 방화와 같은 뉴스거리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채씨의 경우 접근이 쉬운 국보1호를 방화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채씨는 열차전복테러도 범행으로 고려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러한 경찰의 판단을 뒷바침하는 증거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전날 채씨로부터 압수한 편지에도 본인 소유의 경기도 일산 땅이 개발됐으나 보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땅을 팔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경찰은 채씨의 방화에 대한 자백과는 별도로 채씨 집에서 압수한 사다리, 가방, 바지, 장갑, 시너 1병 등을 확보하여, 이러한 도구들이이번 범행에 사용된 증거품인를 감식 중이라고 한다.
채씨의 인상착의는 숭례문 화재 발생 직후 목격자들의 진술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숭례문 화재 직후 목격자들은 "60대 전후의 남성이 등산용 배낭과 알루미늄 사다리를 메고 누각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한다. 경찰은 11일 소방 당국, 서울시청,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숭례문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벌여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라이터 2개와 출처 불명의 사다리 2개를 발견해 방화에 관련이 있는지수사해왔다고 한다.
만약 채씨가 숭례문 방화범으로 확인된다면, 그의 범행은 매우 초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방화에 사용된 사다리, 시너병들을 방화범의 집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은 정교한 방화범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법적 불공정성에 불만을 품고 채씨가 방화를 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것 또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유전무죄의 풍토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많은 국민들은 느끼고 있다. 불공정한 법집행은 사회적 불만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안보와 법치를 다잡아 세워야 하는 새정부의 과제를 고려한다면, 사법정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사법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문화재에 방화를 저지르는 사회적 불만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이다. 동시에 국보급 문화재에 불을 지른 방화범에게 집행유예를 한 물렁한 법집행의 관례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떻게 문화재에 방화한 사범이 집행유예가 되었는가? 앞으로 이명박 정부는 안보와 법치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반국가적 폭력시위자나 사회적 불만자들에 대한 법집행을 엄격하게 해야 할 것이다. 생계형 범죄가 아닌 반국가적 정치사범이나 혹은 반사회적 사범에 대한 법적 권위를 정립하기 위하여 공정하고 엄격한 재판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정민량 기자 : economypolicy@gmail.com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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