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주도 구의역 2주기 추모식 행사
“동시대 청년으로서 함께하겠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번 승강장 앞
청년정당 우리미래, 청년참여연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청년단체 추모식 진행
△28일 오전 구의역 2주기 추모식에서 발언하는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
이상천 리포터 @No1times
2년 전 5월 28일,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수리공 19세 청년이 달리는 열차와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했다. 당시 김 군이 소속된 은성PSD는 시스템 접수를 받으면 1시간 이내에 해당 역에 도착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벌점을 부과한다는 사실이 사고 이후에 알려지면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시민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19살 청년이 왜 죽어야 합니까?”, “우리가 바꿀게요!”, “기억하겠습니다.”라며 포스트잇으로 김 군에게 미안함을 그리고 사건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었다.
구의역 참사 2주기인 28일 오전 10시 지하철 구의역 9-4번 승강장 앞에서 청년정당 우리미래와 청년참여연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청년단체들이 “동시대에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함께하겠습니다”를 주제로 구의역 2주기 추모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28일 오전 구의역 2주기 추모식에서 김 군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하는 청년들
헌화용 국화 100송이와 편지지를 시민용으로 마련한 후 추모식은 진행되었다. 추모제에 참석한 청년정당 우리미래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는 "낮은 임금의 일자리, 위험한 노동현장에 우리의 귀중한 아들, 딸들이 있다"며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에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열악한 방송현장에서 자살로서 목숨을 마감한 tvN 혼술남녀 PD 이한빛 씨 동생이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를 맡고 있는 이한솔 씨는 작년 이한빛 PD가 김 군을 추모하며 쓴 글을 읽었다. 이후 “많이 답답한 것 같다.”며 “2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방식엔 존중이 없고 오직 착취와 비극만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청년참여연대 조희원 간사 역시 “얼마 전에 서울시가 실제로 2년 전보다 바뀐 것이 많다 발표하기도 했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전체 세대 중 유일하게 청년층에서만 비정규직의 비율이 증가했다.”며 청년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오전 구의역 2주기 추모식에서 구의역 9-4번 승강장에 놓인 국화와 컵라면
참가자들은 “ 다른 누가 아니라 청년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백이 되어줍시다. 그렇게 더디지만,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겠습니다. 그래야 죽은 김 군을 위해서도 그리고 이 시대 다른 김 군을 위해서도 우리가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라며 김 군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후 추모제에서는 김 군에게 전하는 편지를 포스트잇 등에 써서 스크린도어에 붙이는 행사 등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김 군을 추모하며 종이학, 컵라면, 국화 등을 그가 일했던 승강장에 놓았다.
△28일 오전 구의역 2주기 추모식에서 묵념하고 있는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
이날 추모식에서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다음과 같이 발언문을 읽었다.
“청년이 청년에게… 잘 지내냐고 묻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 군을 기억합니다.
2년 전 이곳에는 먼저 떠난 청년에게 미안해하는 수많은 시민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겠다는 시민들의 다짐이 있었습니다.
아직, 낮은 임금의 일자리, 위험한 노동현장에 우리의 귀중한 아들, 딸들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가 더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청년이 청년에게 잘 지내냐고 묻고 싶습니다.
청년이 우리 사회에 이대로 괜찮냐고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높은 집값과 월세는 우리의 삶을 휘청거리게 만듭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높은 대학등록금은 사회의 첫걸음을 빚으로 시작하게 합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혼자 사는 여성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가장 위험하고 가장 낮은 임금을 받으며 오랜 시간 일해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분단된 현실에서 갈등과 대립을 목격하며 불안하게 살아갑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불평등한 사회에서, 내일을 꿈꾸기 어려운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겠습니다.
나의 아픔과 너의 아픔, 우리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설계할 권한이 우리에게는 없고,
그것을 결정하는 테이블에서 청년들은, 사회적 약자들은 통째로 배제되어 있지만
서로 손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하나씩 바꾸어나가겠습니다.
다시는 푸르고 밝은 눈의 청년이, 결코 바라지 않았던 일로 우리 곁을 떠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자체를 바꿔나가겠습니다.
오늘 다시, 청년이 청년에게 잘 지내냐고 묻습니다.
2018년 5월 28일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 우인철
이어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는 다음과 같이 발언문을 읽었다.
한빛 PD가 김 군을 추모하면 쓴 글입니다.
‘일찍 퇴근했기에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구의역에 갔다.
막차가 올 때까지 자릴 지키려 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짜증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솟구쳐 머리가 아팠기에. 역사를 빠져나왔다.
구조와 시스템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죽음이란 비참함. 생을 향한 노동이 오히려 생의 불씨를 일찍, 아니 찰나에 꺼뜨리는 허망함.
이윤이니 효율이니 헛된 수사들은 반복적으로 실제의 일상을 쉬이 짓밟는다. 끔찍한 비극의 행렬에 비록 희망을 노래하는 이가 없을지라도 염치와 반성은 존재할 것이란 기대도 같이 스러진다.
망하지 않아 망하지 못한 세상이다. 아니 망하지 못해 망하지 않는 세상이 맞을런가. 어느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둘 중 무엇이든, 답답한 동어반복으로밖에 설명될 수 없는 현실이 다시금 한 삶을 부러뜨렸다.
얼굴조차 모르는 그이에게 오늘도 수고했다는 짧은 편지를 포스트잇에 남기고 왔다. '오늘'이라 쓰지 않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기에 오.늘.이라 힘주어 적었다.’
많이 답답한 것 같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방식이 존중은 없고 오직 착취와 비극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책임을 물어야 하는 대상이 시스템 구조라고 하기에 열심히 외치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활동을 이어 가야 하는지 막막하지만, 이 사실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또 구조와 시스템의 얘기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답답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오늘 하루하루를 살며 포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5월 28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이한솔
이어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간사는 다음과 같이 발언문을 읽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어 가정에 사랑이 넘치는 달입니다. 그렇지만 5월은, 우리 옆을 살았던 가족들의 가슴 아픈 죽음이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30년 전에는 국가의 폭력에 가족이 죽었던 광주가 있었고, 2년 전에는 제 여동생이고 친구였던 사람이 젠더폭력으로 죽은 강남역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오늘 이곳에서, 내 동생, 친구, 그리고 또 다른 나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김 군은 이름도 어려운 은성psd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구의역 사고가 있고 우리 사회는 위험의 외주화, 이제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목소리를 잃고, 하루하루 생활을 위해 사회 곳곳에서 본인의 안전과 여유를 내려놓고 사는 청년들에게 다시 안전하게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 만들어야겠다는 구성원 간의 합의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서울시가 실제로 2년 전보다 바뀐 것이 많다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청년의 현실을 바라보고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청년 중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의 비율이 35.7%나 됩니다. 전체세대 중 유일하게 청년층에서만 비정규직의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작년 겨울에는 특성화고 실습생이 직장 내의 차별과 폭력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사고도 벌어졌습니다. 비정규직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직장 내에서 청년들은 여전히 사람을 부품으로만 보는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청년의, 노동자의 안전과 감내를 볼모로 한 안전, 서비스, 상품은 허구입니다. 청년노동자는 타인의 안전과 기쁨을 위해 쓰이는 부품이 아닙니다. 청년의 노동이 노동으로 존중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가족이었던, 친구였던, 그리고 나였던 김 군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잊지 않고 나와 당신을 위해, 존중받는 노동을 하며 살아가겠습니다.
2018년 5월 28일
청년참여연대 간사 조희원
△(왼쪽부터)28일 오전 구의역 2주기 추모식 중 헌화하는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간사,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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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28. www.No1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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