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김민호 교수,
‘사법부 불신 가중, 폭력 정당화·법관 권한남용 우려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기갑의원 무죄판결의 법리적 문제점과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25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관 세미나에서발표했다. 김 교수가 밝힌 이번 판결의 사실관계, 검찰의 공소사실, 법원판결, 법원판결의 문제점, 이 판결이 미칠 사회적 영향 등에 대해알아본다.
강기갑의원의 기소와 관련된 사실관계는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 발동에 따라 2009. 1. 5. 국회의장의 ‘미디어 관련법안’ 직권상정 등에 항의하는 야당의원들의 농성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였던 강기갑의원이 현수막을 철거하려는 국회 경위 등의 멱살을 잡고, 국회 사무총장실과 국회의장실 등에서 소란을 피워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강기갑의원이 ①국회 경위의 옷이나 멱살을 잡고 흔든 점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로 ②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보조탁자를 넘어뜨려 모서리를 깨뜨리며 소란을 피운 점에 대해 방실침입·공무집행방해·공용물건손상 등의 죄로, ③국회의장실 문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린 행위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은 ‘회의중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할 때’로 제한돼야 하므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하며 최고위원회를 열 때에는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질서유지권 발동을 이유로 민주노동당이 내건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고, 국회 경위들이 스스로 ‘위협을 받지 않았으며, 항의의 의사표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는 점 등을 들어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면, 공무원이 본래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외에 근무 중 신문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공무수행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직무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제한해야 하므로 강기갑의원이 소란을 피울 당시 국회사무총장은 공무집행 중이라 볼 수 없는 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무총장실의 보조탁자를 넘어뜨려 부순 것도 일련의 항의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로, 보조탁자를 넘어뜨려 그 효용을 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공용물건손상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정당 대표가 항의하기 위해 사무총장실에 들어간 행위 자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조항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하다.
다른 당 원내교섭단체 대표들과 회의를 하던 김형오 국회의장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는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약 3m 거리에서 소음을 야기하기는 했으나, 회의 참석자들이 ‘정상적으로 회의를 마무리했고 신체·정서적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진술했으므로 무죄이다.”라는 판결내용을 공개했다.
이러한 법원판결의 법리적 문제점에 대해 김 교수는 “판결문 군데 군데에서 판사가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언어적 기교로 사실과 법리를 꿰맞추는 이른바 '기교사법'을 시도했다는 흔적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즉 “당시 정황상 강기갑의원이 거칠게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강변하는 듯한 의심이 들 정도로 당시 정황을 당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기갑의원이 심리적 흥분이 격한 상태에서 불가피한 행위였다는 투의 서술이 여러 차례 나온다”며 판결문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결국 이 판결은 강기갑의원이 무죄라는 결론을 미리 내리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논리적 억지를 부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헌법은 ‘공무집행’의 의미를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직접 필요한 행위를 현실적으로 행하고 있는 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해 근무중인 상태에 있는 때를 포괄한다”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무집행’의 의미를 “공무원이 근무 중 신문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공무수행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직무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 등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억지논리를 피력해 강기갑의원의 무죄를 뒷받침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미칠 사회적 영향에 대해 김 교수는 먼저 “사법부에 대한 불신 가중”을 들었다.
“판결에 적용되는 논리는 확립된 법리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해야 하는데, 공용물의 손상이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이루어져서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든가, 사무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것이 공무집행 중이었다고 할 수 없다는 등 일반적인 법이론과 국민들의 법감정과 상치되는 판결이 자주 나오게 될 경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이며, 법원의 판결에 대해 승복하는 분위기는 점점 퇴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이번 판결로 인한 폭력의 정당화를 우려했다. “폭력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이 TV를 통해 생생히 지켜 본 폭력을, 법원은 정당한 항의였을 뿐 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바, 목적을 위해서는 폭력이 정당화된다거나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는 폭력을 행사해도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심히 우려되며,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국회 내에서의 폭력은 반드시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의 의사가 모아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이 향후 국회 폭력의 재발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향으로는 법관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를 들면서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독립하여’란 말은 정치적·조직내부의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은 물론, ‘자기 자신의 개인적 성향이나 소신’으로부터도 독립해 오로지 ‘헌법과 법률의 정신’에 따라야 한다는 것도 동시에 의미한다”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이라는 것은 법관 개인의 주관적 가치와 이념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 가치중립적인 보편적 이념을 말하므로 법관이 자신의 주관적 가치나 편향적 이념에 전도된 판결을 한다면 이는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법관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론적으로 김교수는 “최근 일련의 국민의 법감정상 이해할 수 없는 판결들을 놓고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보혁의 갈등구조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좌편향이라는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사법부의 역할과 정체성을 뒤흔드는 매우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하고,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사법부로, 법관이 법률에 따라 가치중립적으로 공명정대하게 판결을 하는 것이 바로 헌법이 요구하는 사법부의 역할과 정체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관의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법관 임용과 인사시스템은 너무나 허술하다”면서, “단 한 번의 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으로 법관 임용이 되고, 큰 사고만 없으면 10년이상 신분이 보장되며, 법관을 그만두더라도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어 승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객기어린 판결을 할 수 있는 법관 인사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객원기자
[코나스 www.konas.net 20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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