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는 재향군인회(향군)가고민에 빠져있다. 강연회를 6일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나올지말지 확답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향군은 오는 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잠실 향군회관 대강당에서 군원로와 향군관련 참전·친목단체 대표, 보훈·보수단체 대표, 향군회원 등 약 1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정동영, 이명박, 이인제 후보 등 3당 대선후보를 초청해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동아일보사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향군의 이같은 계획은 정동영, 이인제씨가 각각 자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난 달 중순 이후 부터 준비해 온 것이다. 향군회원들에게 대선 후보들의 안보관과 소속 정당의 안보정책을 청취케 해 안보관이 확실한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한 것이다.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때도 향군은 이같은 강연회를 가진바 있다.
문제는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지난 주 향군의 초청에응하겠다고 답을 보내온데 반해,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아직까지 가타부타 답을 해 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향군관계자들이 정 후보 측 관계자들과 수차례 접촉을 하면서 응답을 독촉하고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확답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향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합민주신당이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지도부에서아직까지 득실(得失)을 따지고 있다는 것이다.정 후보가 향군 강연회에 나가는 것이득표에 도움이 될지 손해가 될지를 저울질 한다는 이야기다.정 후보가 이미 후보자로 확정된 후에 향군의 안보관과는 반대되는 언행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 내에서는, '괜히 가서 챙피만 당할 것'이라는 의견과 '반대층에도 소신을 밝히는 게 좋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정 후보는자이툰 부대를 '용병(傭兵)'으로, NLL은 '바다에는 선이 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향군의 분노를 촉발시켰고,자신의 안보관이 향군과는 극명하게 차이남을보여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 후보가 진정으로 존경받는 지도자 반열에 올라가려면, 그리고 대통령이 될려면향군의 초청에 응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반대층에도 소신을 밝히는 게 좋다'는 당 내 의견을 존중한다.'용병' 발언이 있기 전부터 정 후보와 향군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럴때 자신과 생각이 다른 계층을 찾아가 자신의 안보관과 정치철학을 소신있게 밝히는 것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바른 행동이다.자신이 한 발언이 잘못되었다면 사과하고, 떳떳한 것이라면 상대방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용기와 지혜가 지도자에게는 필요한 것이다.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통합을 우선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세력도 포용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연을 듣는 대상이 대부분 장기복무를 한 전역군인들이라면 더욱 그렇다.직업군인 출신들은 용기있는 지도자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정 후보는 자신이 여당 대표로 있던 지난 2004년 4월 총선 때도 노인 폄하 발언으로 곤혹을 치루면서도 향군회관을 찾아와 노인급(級)의 향군회원들 앞에 섰었다. 재향군인회가 정기총회를 맞아 각당 대표를 초청해 강연하는 자리에정 후보가 열린우리당 대표로 참석한 것이다.회원들로부터 큰 박수는 받지 못했지만 청중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며 강연을 끝까지 마치고 가는 정 후보에게 '용기가 좋다' '크게 될 인물'이라는 반응이 없지 않았다.
향군은 정 후보가 오든 안 오든 계획대로 강연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1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정 후보 측의 확답이 오지 않았지만 1주일 밖에 남지않은 시간을 감안해 군 원로들과 각 단체 대표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할 예정이다. 정 후보의 강연시간표에는 (예정)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나간다. 정 후보가 안 오면 이명박, 이인제 후보 만으로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코나스는 정동영 후보의 현명한 판단을 바라며 강연장에서 당당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konas)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
[코나스넷 http://www.konas.net/200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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