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의 새 이름이 멀쩡한 사람 죽인다
[독자칼럼]
'애필' 이름 항의, 에이즈퇴치연맹 "애필 전세냈냐?"
[편집자註] 본 글은 독자칼럼니스트 ID 'L3MONed'님이 본지 자유게시판에 올리신 글을 편집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옥고를 남겨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얼마전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하 연맹)에서 참신한 공모전을 하나 했었다. 콘돔을 대신하는 단어를 '애필(愛必)'로 선정, 발표한 것이다.

이는 10월 한달간에 공모전을 통해 만들어진 이름으로, 거부감이 없고, 발음상 편한 단어로 기존의 '콘돔'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부정적인 측면을 없애보자는 취지이다.

취지는 참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나게 되었다. 즉, 전국에 '애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이에 연맹측은 " 혹시..이름에 대해 나만이 쓰겠다는 고유 권한이라도 갖고 계신지.." 혹은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라는 무성의한 대답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만족'차원에서 문제가 접근되기 보다는 '피해'차원에서 문제가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령 예를 들자면, '사람 10명에 쟁반짜장 10인분으로 통일. 모두에게 '만족'시킬 순 없다.' 이건 '만족'차원의 문제이다. 구성원들이 짜장을 먹어도 짬뽕을 먹어도 별 상관없다. '치명적인 피해'는 없으니...

하지만 '사람 10명중 1명이 짜장에 심각한 알러지. 고로 다른거 시켜먹자.' 이건 '피해'차원의 문제다. 9명이 아무리 짜장을 좋다고 해도, 알러지의 1명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럴때는 9명이 1명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애필'이라는 이름은 개인의 소유물은 아니다. 그리고 '애필'씨들에게는 이름에 대한 법적인 권한이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개인에게 이름에 대한 법적인 권한이 없어서 사용한다. 그러면 이 말을 반대로 뒤집어보면, '피해자'들의 삶이야 어떻게 되건 우리는 우리 갈길만 가겠다는 이야기 밖에 더 되는가?

이름에 대한 법적인 권리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최소한 이런 논의가 붉어져 나오는 시점이라면 연맹은 피해자들과 적극적인 논의 및 이름의 수정을 재고 해보아야 했던것이 아닐까?

연맹의 목적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국민건강 복지 및 도의심 향상에 기여...' 분명히 어떤 의미에서 연맹은 '인권단체'이다. 그리고 '인권단체'라고 함은 소수의 인권이나 다수의 인권이나 동등하게 취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강행하겠다는 연맹의 입장은 대규모 연맹에 의한 명백한 소수자 인권침해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아무쪼록 연맹이 콘돔의 새로운 이름으로 고통 받을수 있는 '애필'씨들의 입장을 잘 배려해서 좋은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
[브레이크뉴스 BreakNews.com2004.11.29]

Posted by no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