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현혹하는 '짝퉁' 역세권
역세권은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끌어 들이고,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부동산 공급자들이 역세권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이유다. 그러나 `짝퉁` 역세권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역세권 밖인데도 불구, 역세권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어떤 곳에선 역세권이 오히려 수요와 가격을 떨어 뜨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역에서 나오는 소음과 먼지 때문에 역과 가까운 단지의 가격이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짝퉁 역세권"20분 걷는데도 역세권인가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심심찮게 듣는 소리다. 역세권이라는데 정작 역과 거리는 걸어서 20분이 넘기도 한다. 도보 10분이라는데 실제 걸어 보면 20분이 넘는 곳도 있다.
과연 역세권은 어느 정도 범위를 말할까?
국어사전은 역세권을 철도나 지하철 역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주변 거주자가 분포하는 범위라고 설명한다. 역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라고 보면 된다. 도시계획상으로는 보통 500미터 이내로 한정한다. 500미터는 차를 이용하지 않고 사람들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라는 계산에서다.
이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도시계획을 짤 때 역에서 500미터로 범위로 역세권을 한정해 적용한다. 역에서 이 정도 거리를 벗어나는 곳을 역세권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500미터 안 역세권이라는 데도 소비자들을 황당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도로에 막혀 길이 끊기거나 다른 건물에 가로 막혀 돌아가면 실제 500미터가 넘는 곳도 흔하다. 역세권은 현장에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불량 역세권모든 역세권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다. 1호선이 지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서울시내 229개 역세권 가운데 평당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이 1호선 주변이다.
한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에 따르면 1호선 신설동역 주변은 평당 평균 425만원, 오류역 주변은 483만원 수준이다. 거주외 유동인구로 인한 소음과 먼지가 역세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역에 인접한 곳보다 단지 후면에 배치된 곳이 높은 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지상의 철도에서 나오는 굉음과 먼지 때문에 역과 멀수록 인기가 높은 것이다. 예컨대 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 인접한 A아파트는 동과 위치에 따라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개봉역 인근 H아파트도 철로변 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평균 5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다
재건축한 2호선 당산역 인근 S아파트의 분양권 값은 역과 가까운 동이 다른 단지에 비해 500만원 남짓 높았지만 입주를 앞두고는 오히려 안쪽 단지가 100만원 이상 높은 값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경호기자 holee@moneytoday.co.kr
[머니투데이 2004.12.30]

Posted by no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