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독설'에 <조선일보> '내전' 발발

신해철의 "새대가리" 독설 계기로 김대중-문갑식 논쟁

<조선일보> 논객들 사이에서 인수위의 영어교육 드라이브를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게 불붙어 주목을 끌고 있다.

김대중 "언어전문가도 아닌 신해철이....박진영을 봐라"

발단은 지난달 30일 가수 신해철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 정책을 질타하며 인수위를 "버드 헤드(Bird Head, 새대가리)"에 비유하는 등 독설을 퍼부은 데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지난 11일 <'신해철'인가, '박진영'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언어문화의 전문가도 아닌 가수 신해철씨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비아냥조로 미국의 '51개주(州)' 운운하며 정책을 비판했다"며 "우리가 우리의 필요에 의해 외국어를 배운다고 우리가 그 나라의 '속국'이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라고 신씨를 맹비난했다.

김 고문은 이어 영어 교육 강화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에 대해서도 "어떤 학부모들은 영어 공교육 강화로 인해 입시과목이 영향을 받고 따라서 과외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다분히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과외의 비용에 견주어 가장 효율적이며 실용적인 것이 언어, 특히 영어에 대한 투자일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사교육비 증가를 불가피한 투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다시 화살을 신해철씨에게 돌려 "가수 박진영씨를 보라. 그가 언어에 발이 묶여 한국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의 재능과 끼는 지금 어디쯤에 묻혀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그가 뉴욕으로 나가 세계인들의 음악과 교류할 수 있었기에 그는 한국의 대중음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박진영씨와 비교하면 신씨를 비아냥댔다.

그는 "음악적으로 누가 낫다든가 하는 비교를 하자는 게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박진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신해철'로 갈 것인가. 이것이 이 나라 모든 어버이들이 선택할 문제이며 동시에 한국이 선택할 길"이라며 우회적으로 신해철을 박진영보다 한수 아래로 끌어내렸다.

문갑식 논설위원 "김대중, 방향 잘못잡아"

김대중 고문의 글은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가수 박진영씨와 비교해 신해철씨를 깔아뭉갠 접근법은 신해철 팬은 물론 많은 네티즌들의 힐난을 받았다.

14일 <조선일보>의 문갑식 논설위원이 정식으로 김대중 고문 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문 위원은 이날자 <영어, 문제는 사교육비다>라는 칼럼을 통해 영어교육 강화 논란과 관련, "영어 잘하는 가수 박진영을 예로 들며 '옳다'고 하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모두가 박진영일 필요 없다. 나훈아, 태진아 같은 토속(土俗) 가수도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며 김 고문 글이 초래한 논쟁을 지적한 뒤, "영어 제국주의에 대한 찬반논쟁을 연상케 하는 이런 논의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김 고문의 접근방식을 꼬집었다.

문 위원은 이어 사교육비 증가는 불가피한 투자라는 김 고문 주장에 대해서도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오렌지'의 발음이 '오린지'라며 시범 보이지 않아도 이미 국민 사이에서는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묵계(默契)가 오래전에 맺어졌다. 문제는 새 정부의 영어정책이 가져올 폭발적인 사교육비 증가"라며 "지금 문법, 독해, 듣기로 이뤄진 영어 사교육에 회화, 작문이 추가되면 얼마가 들지 새 정부는 분석해 보았는가. 두 배 이상 인상될 것"이라며 우회적 비판을 가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설 연휴 전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1~49%가 새 정부의 영어정책에 반대했다. 새 정부는 이런 국민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계천 공사하듯 밀어붙일 태세"라며 이명박 새정부의 영어 드라이브를 질타한 뒤, "교육과 토건(土建)의 차이를 무시한 이런 자세에 벌써 좌파들이 부활의 기회가 왔다며 희희낙락하고 있다고 한다"고 경고했다.

언론계에서는 김대중-문갑식 논쟁을 영어교육 드라이브에 대한 우리 사회의 팽팽한 대립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조선일보>내 신-구 논객간에 진행중인 세대교체의 한 증거로 받아들이며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2008-02-14 14:01:48

임지욱 기자

출처 뷰스앤뉴스

[인터넷타임스 http://internettimes.co.kr/2008.2.14]

Posted by no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