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명계남씨는 대중들이 ‘영화배우’라고 알고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들의 ‘행위’가 신문 방송의 정치면과 사회면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이들 두 사람이 노무현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은 경선 과정부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異變)이 거듭되었다. 유력후보군 밖에 있었던 노무현 후보는 이른바 ‘노풍(盧風)’을 불러일으키며 대역전에 성공했다. 일반인들에게는 놀라운 사건이었지만, 사실 이 ‘이변’은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막강한 사조직 ‘노사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사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약칭 노사모는 제16대 대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촛불시위”, “희망 돼지 저금통”, “희망 티켓”은 열풍을 몰고 왔고, 대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정치적 선동과 문화적 트랜드를 절묘하게 조합해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문성근씨와 명계남씨다. 이들은 노사모 중에서도 ‘노문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인들의 모임)’를 결성하고,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노문모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고, 문화의 힘으로 대선후보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명계남씨의 저 유명한 ‘딴따라’ 발언과 ‘종자가 다르다’는 언급은 이 당시의 산물이다. 그는 17대 대선 당시 “민주당은 지지하는 연예인은 의식 있는 딴따라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연예인은 의식 없는 딴따라”,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연예인들과) 종자가 다르다”는 ‘거칠고 투박하며 품위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저급한 발언’으로 문화계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이 이어지며 노사모가 불법적 정치단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자 이들은 노사모를 탈퇴했다. 그렇다고 이 두 사람이 반성하고 자숙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이후 ‘국민의 힘’이라는 단체 설립을 주도하여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뒤틀린 정치의식으로 무장한 두 영화배우가 애당초 자신들의 능력을 벗어난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힘껏 추구한 결과가 어땠는지를 독립신문은 여기서 재론하지 않겠다.
이들이 그토록 지지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겼던가. ‘코드’에 맞는 사람은 살아남고, ‘코드’에 맞지 않는 사람은 배제하여 대한민국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대외적으로는 북한과 화해무드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했으며, 대한민국의 기본질서인 헌법을 훼손시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이 과연 주장한 대한민국은 어떤 대한민국이었는가.
명계남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충실한 수하(手下)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언론관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극도의 배타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명계남씨 또한 언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조선일보를 ‘조폭언론’이라고 지칭하며, ‘조폭언론 50만부 절독 선언’을 발표한 것은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노사모 행사장에 취재하러 오는 것조차도 봉쇄해 논란을 일으켰다.
문성근씨는 2002년 4월 27일,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공식 후보가 선출되는 날,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여러분 우리는 세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첫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그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구독부수를 50-100만 부 떨어뜨리고 그 구독 부수를 떨어뜨린 만큼 노사모 회원을 늘려야 합니다.” 이러한 발언에 동조하고 이 발언을 큼지막하게 보도했던 몇몇 좌파 언론은 2007년 대통령 선거 이후 ‘특정세력에 의한 언론탄압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들어 몇몇 기업들은 ‘어떤 신문은 발행부수가 너무 적어 광고효과가 거의 없다’며 광고 게재료 인하를 요청했다. 몇몇 신문들은 ‘왜 똑같은 신문인데 조선 동아 수준으로 광고료를 주지 않느냐’며 광고료 인하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기업들은 ‘투자 대비 효용’이 너무 적다며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좌파 언론들은 이를 두고 ‘언론탄압’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좌파 언론의 선봉’을 자처하는 모 인터넷 매체는 지난 해 정부로부터 수 십 억 원의 광고료를 협찬받았다. 이제까지 정부로부터 단 한 푼의 광고료도 받은 사실이 없는 독립신문은 이들 좌파 매체가 내세우는 ‘언론탄압’의 개념이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하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내가 하는 일과 남이 하는 일에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무엇이든 자기들 위주로 생각하는 것은 좌파들의 오랜 속성이다. 오죽하면 명계남 문성근 두 사람의 정치적 움직임을 두고 “노사모가 홍위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겠는가. ‘정권의 홍위병’ 발언에 대해 명계남 씨를 비롯한 노사모 측은 크게 분노했고, 노사모는 이 발언을 했던 한 작가의 집에 찾아가 책을 불태우는 ‘책 장례식’을 열기도 했다. 정치적 집단이 문화에 이처럼 폭력을 가하는데도, 이들의 위세에 눌린 문화계 인사들은, 이른바 ‘진보문학인’을 포함한 문화인들은 거의 모두 침묵으로ㅛ 일관했다.
명계남 문성근 양 씨가 언론개혁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언론이 가장 큰 방해거리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성근씨는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당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왔다. 문성근씨는 방북 후, 북한측과 ‘문화단지’ 건립 등, 많은 것들을 의논하고 왔다고 밝혔다.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못하고 정부 내 공식직함도 없는 문성근 씨가 어떻게 이런 교류를 추진할 수 있는지, 독립신문은 그 비밀을 풀 길이 없다. 아직도 동원 가능한 비자금이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명계남씨는 지난 대선 전 <조선바보 노무현(盧武鉉)>이라는 책을 출판하고, 자신들의 개혁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찍겠다는 사람이 40%가 넘는다는 게 정상이냐. 독재자의 딸과 정경유착의 대가로 행사한 추진력을 밑천 삼아 세계 최고 IT강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그리 많아는 만큼 세상이 병들어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어디 있느냐”면서 “이렇게 사람을 병들게 하고 악화시킨 제 1 장본인이 언론이라고 감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3류 리얼리티쇼’, ‘이상한 포퓰리즘’ 등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들은 동료 영화배우들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에 참여하도록 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며 스크린 쿼터 축소를 단행하자 노 대통령에 대해 비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이들이 정작 필요로 했던 것은 스크린 쿼터 축소가 아니라 ‘정치적 영행력의 확대’였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얼마 전, 한국영화감독협회는 1999년 영화진흥공사가 폐지되고, 설립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국고지원금을 전횡했다”며 영진위의 해체를 주장했다. 문성근씨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원을 지냈다. 감독협회는 성명을 통해 “영진위가 출범한 이후 특정단체에 편중된 지원으로 영화계 분열만 조장했을 뿐 한국영화가 성장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영화 진흥 지원금은 일부 세력의 조직과 활동을 강화하는 자금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정치권력과 결탁한 몇몇 영화인들은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영화인들 타도 대상으로 몰았다. 영화계 편가르기에 앞장섰던 문성근, 명계남은 영화계를 속히 떠나라”고 밝혔다. 배우이자, 정치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던 두 사람은 하루 빨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무엇이 자신들과 대한민국을 위하는 일인가를 고민해 결단해야 할 것이다.
김은현 기자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8.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