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유시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정면대결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MBC ‘100분 토론’ 24일 밤 방송이 패널선정에 있어 공정하지 못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는 유시민, 전여옥 의원을 비롯한 서경석 서울 조선족교회 담임목사,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손석춘 한겨레신문 비상임논설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해 ‘참여정부 2년, 성공인가 실패인가’를 주제로 노 대통령의 지난 2년간 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을 펼쳤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여당과 소위 ´진보´측을 옹호하는 입장에는 유 의원과 김 교수, 손 위원으로 구성됐고, 야당과 ´보수´측 패널로는 전 의원과 서 목사가 참여했다.
그러나, 서 목사는 토론 내내 정부여당과 야당 양측을 골고루 비판하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 채 전 의원을 도와주지 않았고, 유 의원과 김 교수에다가 손 위원까지 가세한 협공에 전 의원 홀로 ´일당백´으로 대응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
이와 관련, ‘100분 토론’ 시청자 게시판에는 불공정한 패널구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공성식씨는 “세 살 먹은 어린애가 봐도 분명 1:4였다. 장난하나? 열린우리당 패널끼리 토론하지 뭐하려 전 의원을 불렀는가?”라고 불만을 제기했고, 김도현씨도 “1:4로 붙이다니 해도 너무 한거 아닙니까?”라며 “서경석 목사님도 좋게 봐서 중립이고, 솔직히 여당쪽 코드에 더 맞는 분 같더군요. 토론이란 점을 감안 했을때 1:4로 싸우라는 것은 너무하군요. mbc도 결국 형평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최숙희씨는 “역시 mbc는 어용방송 아닌가! 패널들 선정할때 공평하게 좀 초청하세요. 전여옥씨 빼고 다 노무현 코드더군요. 다 좌파들 않혀 놓고 전여옥의원 코너에 몰아넣어 한나라당과 박근혜대표 이미지 나쁘게 하기 위한 고도의 꼼수를 쓴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전여옥 의원은 역시 여걸입니다. 사내들 4명을 혼자서도 척척 응수 잘하셨다”는 의견을 올렸다.
결국, 내용상 1:4 또는 1:3의 구성이었지만, 전 의원을 포함한 5명의 패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팽팽히 견지시키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펼쳤다.
전 의원은 참여정부 2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대해 “노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바꾸고 뒤집고 부수는 개혁만 했다”며 “대통령도 지난 2년을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국민들도 아주 힘들었다”고 소회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밭에 있는 많은 잡초를 손보기 위해서는 하나만 뽑는 방법도 있지만 모두 갈아버리는 방법도 있다”며 “거기에 새로운 씨를 뿌려 키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통령의 리더십 평가에 대해 유 의원은 “우리국민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보아왔던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인들은 강력한 개인적 카리스마 등으로 모든 문제를 살피고 인식하고 제시하는 철인적 리더십을 장기간 경험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처럼 권력을 놔버리는 방식의 리더십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굉장히 국민들이 낯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대통령자리는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고, 연습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자리”라면서 “국민들은 안 겪어도 될 것을 너무 많이 겪었다. 국력의 소모를 초래했고, 국민들의 꿈을 뺏었다. 국민들과 기업들이 이 나라를 다 떠나고 싶어 하는 게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이라고 맞받았다.
김호기 교수는 이러한 전 의원의 참여정부 평가에 대해 “이런 식의 인상적이고 막연한 평가가 아닌 객관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그 근거를 대라”고 겨냥했다. 김 교수는 이날 전 의원에 공격목표를 둔 듯, 계속해서 “막연하고 감성적인 평가”, “전 의원은 나무만 보면서 숲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 의원의 발언을 집중 공략했다.
야당과 보수측 패널로 나선 서경석 목사는 노 대통령의 말실수와 편가르기를 지적하면서도 “사실 참여정부가 참 잘한 것도 많다”, “국민들의 평가가 인색해 청와대가 억울할 것”이라고 참여정부의 정책을 옹호했다.
서 목사는 이날 발언 중간중간마다 노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유시민 의원을 지지하고 싶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손석춘 논설위원도 “과거사규명법은 오히려 우파의 과제인데 거꾸로 (한나라당이) 색깔공세를 하고 있다”면서 “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부라고 하는 식의 이념 갈등으로 인한 국력소모는 한나라당의 리더십 문제”라고 비판했다.
손 위원은 또, “탈권위주의가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정치적 업적이지만, 검찰.경찰.국정원에 자율을 주는 것은 회의적”이라며 “개혁적인 접근 없이 주어진 자율의 결과로, 대통령 스스로 국가보안법폐지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37명의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양산하고 노동자 탄압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유시민 의원은 작년 1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시사토론을 토론한다’는 주제의 정책 세미나서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의 성향에 대해 “‘MBC 100분토론’은 굉장히 진보적으로 열린우리당에 가깝지만, “심야토론(KBS2)은 굉장히 보수적이고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한나라당에 가깝고, ‘100인 토론’은 리버럴(자유)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