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지만 “나는 좌(左)도 아니고 우(右)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만일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라면 어느 쪽이라는 말인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적 진보’ 또는 ‘진보적 보수’라는 말은 성립할 수 있지만 ‘좌파적 우파’ ‘우파적 좌파’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좌파들로서는 나름대로 합리화시키고 있겠지만 진정한 신앙을 가진 사람이 과연 좌파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좌파들은 도리어 ‘종교는 아편’이라고 비난을 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모든 것이 무상(無常)하다는 것이므로 불자가 된 사람이 확실하게 우파에 서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보를 말하고 변혁을 부르짖는 좌파에 서는 것은 더욱 이상한 일일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어떤가? 성경에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이 있어 이를 근거로 “나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다”라고 하는 기독교인들을 가끔 만나게 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치우치지 말라”, 즉 “바르게(正) 서라”는 뜻이다. 요한복음 25장은 심판 날에 복받을 자들은 오른편에, 영벌에 처할 자들은 왼편에 두리라고 했다.
우(右)란 오른편이라는 말인데 그 뜻은 옳다는 말이다. 영어로도 우를 가리키는 ‘right’는 ‘옳다, 바르다’는 뜻이다. 한편 좌(左)를 뜻하는 ‘외’라는 접두어의 사전적 의미는 ①(마음이) 꼬여 있다 ②(물건이) 좌우가 뒤바뀌어 쓰기 불편하다 ③옳지 않다는 뜻이다 (예: 외고집, 외곬), ‘외도’라는 단어는 ‘비뚤게’라는 말이다. 영어로 ‘left’는 정치적으로 ‘보다 진보적이고, 민주적이고, 사회주의적이고, 급진적인’ (more progressive, democratic, socialist, radical) 성향을 가리킨다.
지난 10월 19일자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의하면 자신의 이념 성향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39.7%가 ‘나는 진보적’이라고 답했고 보수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27.5%, 중도라고 답한 사람은 26.2%였다고 한다. 이는 지난 2월의 조사에서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사람이 35.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중도가 29.8%, 진보가 26.2%순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확 바뀌었는지 그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한국에서 보수냐 진보냐의 질문은 헷갈리는 질문임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친북파들은 결코 자신을 보수라고 답하지 않고 진보라고 답할 것인데, 세상에 북한을 편드는 사람을 어떻게 진보적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 다 위장일 뿐이다. 한국에 친북세력이 문항에 따라서 10% 내지 15%는 된다고 하겠으므로 여론조사에 있어 보수-진보-중도 여부를 묻기보다는 좌-우-중도 여부를 묻는 것이 더 정확한 조사가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좌파라 함은 진보파 뿐 아니라 친북세력이나 ‘세상이 확 뒤집어지면 좋겠다’는 불만세력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오늘날 ‘극우’ 또는 ‘보수꼴통’ 소리를 듣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여 저마다 ‘진보’니 ‘중도우파’를 자처하는 바람에 우파가 적어진 것 같은데, 그러다가는 나라가 바로 가지 못하고 비뚤게 가기 마련이다.(konas)
金 尙 哲/ 국가비상대책협의회 의장
출처: 자유지식인선언 http://www.freedomkorea.org/
[코나스넷 http://www.konas.net/200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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