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칼럼] 진짜 이용당했니



△글쓴이 김동근



요즘 청년 관련 행사가 많은데 참석한 청년들에게 마이크를 돌리면 늘 “기성세대가 청년을 이용한다, 청년을 쓰고 버린다, 나도 이용당했다”하는 레퍼토리가 반복된다. 기성세대 또한 “너 이용 당하는 거야 조심해~”하는 조언을 자주 한다.

나는 이런 말들이 지겹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전제는 이 동네는 돈 벌고 자리 얻는 게 본질이 아니라는 것. 가치와 신념을 실현하는 것이 본질이고 돈이나 자리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 전제해도 이용당했다는 사례의 90% 이상은 무효가 된다.

엄마 아빠도 아니고 이 동네에서 이유 없이 퍼주는 사람은 없다. 설령 이유 없이 퍼 준다 한들 그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세상에 청년이 얼마나 많은데 왜 그 청년만 퍼줬어야 했나? 형평성 어긋난다. 처음엔 좋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활용하는 것뿐이고, 그 과정에서 신뢰가 무너지거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이용당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반대로 서로를 활용하는 것 이상으로 신뢰와 정이 쌓이면 어려울 때 돈도 빌려줄 수 있고 인간적으로 서로 도울 수도 있고 죽으면 상갓집 가서 자리를 지켜줄 수도 있는 것이지.

그런데 기성세대, 청년 통틀어 내가 4년간 봐 왔던 이 동네 사람 중에 정말 구제 불가능할 정도의 인간쓰레기는 소수였다. 대부분 나름대로 좋은 취지와 신념을 갖고 행동한다. 또한, 지위고하와 재산의 유무를 막론하고 다들 나름 힘들고, 나름의 고충들이 있었다.

기성세대와 청년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따지고 보면 딱히 갑을도 없다. 기성세대는 정보, 힘, 경제력이 청년보다 낫다. 반면 청년들은 희소성이 있어 청년 하나가 깃발 들고 떳다 하면 수십 명의 기성세대가 뭔가 같이해보자고 러브콜을 보낸다. 내가 보기엔 기성세대가 갑이고 청년이 을이 아니라 그냥 잘나고 힘세면 갑이고, 못나고 힘없으면 을이다. 그리고 이는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에 가든, 기업에 가든, 학교에 가든, 사람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발생하는 당연한 섭리다. 기성세대 잘못된 정보를 믿고 청년들이 몇 년 몇 달 개고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사기를 쳤다기보다 기성세대도 몰랐단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로 탄핵 터지는 걸 알았던 기성세대가 얼마나 될까.

어딜 가든 집단이 작든 크든 지도부가 있는데 대단한 갑으로 보이는 이들도 막상 까보면 두려운 게 많은 사람들이다. 어떤 청년들이 좋은 일 한다길래 함께 뭔가 만들어보려 했는데 기껏 시작했더니 정보 들고 딴 데로 가버릴지, 이상한 사고를 칠지, 광을 팔고 다니며 욕을 먹일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일을 중단하면 온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나 이용당했다”하고 떠벌릴 것도 두렵다.

업체나 노동시장에서는 깔끔하게 서로 얼마를 주고, 무슨 일을 할지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정치 사회영역은 대부분의 일이 공공선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계약이 성립될 수 없고 소송도 불가능하다. 결국 “내가 어디 당선되면 무슨 자리 줄게”라는 식의 구두 약속이 있고 이를 믿고 몇 개월 고생하다가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이용당했다, 뒤통수 맞았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 어디를 가든 그룹의 장이나 지도부는 늘 인재가 부족하다. 만약 발탁되지 않았으면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인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창업에 필요한 인재와 수성에 필요한 인재는 다르다. 심지어 과거에는 창업 공신들을 모조리 숙청하는 경우도 많았지. 또한, 보은 인사를 하면 공공선에 해악을 끼친다. 그래서 이용당했다는 말을 하기 전에 보은 인사를 바랬던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따라서 이런 관계는 애당초 계약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이 아니라 배팅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배팅을 걸어서 잘되면 터지는 거고, 안되면 잃는 거다. 배팅이 잘되려면 조직의 성공뿐만 아니라 내가 그걸 받아먹을 그릇까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나는 정치권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위반은 대부분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배팅에서 실패한 것이라 해석하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러므로 딱히 어디 행사 자리 가서 자랑스럽게 떠벌릴 일도 아니고, 뭘 그렇게 이용당했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연민은 들지언정 막상 까보면 일방적인 가해가 있었던 경우는 드물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 한들 학교가 아니라 실전 세계에 발을 들였으면 배팅이 시작된 것이다. 동기가 공공선이나 신념이었다면 보상이 필요 없을 것이고, 직위나 돈이었다면 이른 나이인 만큼 배팅이 성공했을 경우 보편적인 또래보다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한 것 아닌가. 그럼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지.

정말 이용당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진짜 능력도 있고 동고동락도 다 했는데 내치고 친인척 갖다 꼽은 정도 아닐까? 그런데 SNS 있고, 기자들이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요즘 시대에 그런 배짱을 가진 지도부나 단체장은 찾기 어렵다. 그리고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미리 알아보고 피한다.

그래서 나는 이용당했다는 말이 나오면 한번 의심하고 보는 것이다.



글 : 김동근 (대한민국 청년대학생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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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1. 30. www.No1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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