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중 누굴 구해야 하나
태국에 관광하러 갔던 한 호주 여인이 어린 두 아들 중 한 명의 생사를 결정해야 하는, 부모로서는 최악의 순간을 경험했다.
줄리언 설이라는 이름의 이 여인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26일 태국 푸껫의 한 호텔 수영장 옆에서 두 아들을 데리고 있었다.
그 때 해일로 인한 첫번째 파도가 호텔을 덮쳤고 그녀는 물 속에서 5살짜리 라키, 생후 20개월 된 블레이크 두 아이를 잡고서 생사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아이를 다 잡고 있으려면 세 모자가 전부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주위사람에게 큰 아이를 좀 붙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부탁받은 사람은 라키를 붙잡아 주었지만, 두번째 파도가 닥치면서 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마침 작은 아이의 기저귀를 가지러 호텔 1층 방에 갔던 남편 브래드는 발코니에서 이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브래드는 “두번째 파도가 몰려오고, 아들이 물 속에 빠지는 것을 보았다. 내 인생에 정말 이렇게 끔찍한 순간은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수영도 할 줄 모르는 라키는 천만다행으로 머리를 물 밖에 내놓은 채 호텔 로비 기둥에 매달려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았고 물이 빠진 뒤 기적적으로 해안경비원에게 구조됐다.
〈이상연기자〉
[경향신문 2004.12.30]


Posted by no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