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덜하고 ‘마초 여성’ 뜬다
2005년 신사조가 쏟아진다
격변의 시대에 쏟아지는 새 트렌드는 사람의 뇌를 자극한다. 변화의 방향이 보이고, 어떻게 대처할지 영감이 떠오른다. 그 트렌드를 미리 알면 변화가 두렵지 않다.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트렌드를 알고 싶어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궁금증에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듯 세계각국에서 2005년 각분야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일보 국제부는 그 자료들을 종합해 ‘올해의 7대 분야 파워 트렌드’를 선정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새해 트렌드’, 이코노미스트의 ‘2005년의 세계’, ‘닛케이(일본경제)신문 2005 대예측’, 일본 UFJ종합연구소 발간 ‘2005년 일본은 이렇게 변한다’, 미국 아담스 미디어의 최신간인 ‘2005년 100대 베스트 트렌드’등의 해외 자료들이 다루고 있는 총 150여개의 각종 트렌드중에서 7개분야 37개 항목을 가려냈다. 이번 선정은 ▲한국사회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인이 미래를 준비하고 설계하는데 보탬이 되며 ▲가급적 덜 알려지고 참신하다는 3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선정된 37개 파워 트렌드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표현해주는 사진자료를 쓴 ‘파워 트렌드 인덱스’는 각각의 트렌드들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설명해준다.

1.혼합형인간(Multicutural People) 뜬다2004년 미국에서 가장 ‘뜬’ 정치스타는 바랙 오바마란 43세 정치신인이다. 뉴스위크에 의해 ‘2005년에 주목할 정치 신인’으로 선정됐다. 지난 11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압승해 중앙정치무대에 화려하게 진출한 오바마는 케냐 출신 경제학자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데다가, 민주당 진보주의자이면서도 중도적이고 온건한 색채를 지녀 차세대 대통령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21세기 다양한 사회에서는 오바마처럼 여러 혈통이 섞인데다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의 생존력이 높다. 태국과 흑인혼혈인 타이거 우즈, 영화 ‘트리플 X’를 통해 ‘짬뽕문화’가 낳은 새로운 유형의 영웅상으로 부상한 흑백혼혈 영화배우 빈 디젤 등의 경우에서 보듯 순수혈통이 대우받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국내에서도 ‘한국 국적’이지만 ‘미국식 교육’또는 ‘다국적 기업 경력’등으로 무장한 혼합형 인간들이 이미 조직의 리더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2,창조력지수를 주목하라=창조력이 곧 경제력이다. 경제지수 대신 이제는 창조력 지수(CI)의 시대다. 창조적인 두뇌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한 국가, 한 도시, 한 기업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국가, 도시등의 CI는 창조적 직업군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작가, 예술가, 배우 등에 한정됐던 CI지수는 이젠 과학자, 학자, 변호사, 기업인 등으로까지 확대돼서 매겨지고 있다. 이같은 방식에 따른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창조력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는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샌디에이고, 보스턴, 시애틀 순이었다. 세계적인 문화 도시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뉴욕은 9위에 머물렀다. 창조력 중심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하고 싶으면 창조력 지수를 높여라.

3,문화중심지 다극화=디지털 기술의 발전 덕분에 세계는 본격적인 문화 중심지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에서 쓴 글에, 중국에서 그린 삽화를 곁들여, 일본에서 책을 출판하는 시대가 이미 찾아왔다. 뉴욕, 런던, 파리 등 몇몇 대도시에만 문화가 집중되던 현상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뉴욕 소재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유치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스페인 빌바오 경우처럼 새로운 문화 중심지들이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4,웨보크라시(Webocracy)=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는 비록 보수 기독교주의자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미국 정치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인터넷을 통한 정치자금 모금이 시행되고, 젊은 유권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선거운동을 펼치는 이른바 ‘웹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세계최초로 인터넷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2002년 한국대통령 선거였다. 그러나 미국 대선을 계기로 ‘웨보크라시’는 전세계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또 지난해 미국대선 당시 민주당은 최초로 정치블로거 35명에게 출입증을 발급했다. 2005년에는 정치 및 각종 사회이슈에 관한 블로그가 주류언론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발전한다.

5,노인정치(Gerontocracy)시대=2차세계대전이 종전된 1945년에 태어난 베이붐 첫 세대가 2005년에 60세가 돼 노년층에 진입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이들 노인의 이익을 가장 중요한 압력으로 여겨야 하는 노인정치시대를 맞게 된다. 노인들은 적극적으로 단체를 조직, ‘일자리 지키기’ 등 자신들과 관련된 각종 경제, 사회, 보건 권익을 법제화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이런 노인 압력단체는 다른 어떤 연령대의 단체보다 성공적인 로비활동을 펼칠 것이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들은 나이를 이유로 해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추진중이다.

6,섹스 덜하기(Less sex)=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섹스 덜하기’가 트렌드로 부상한다. 미국 젊은이들의 섹스활동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88년 15~19세 남자 청소년 중 성경험을 가진 인구가 60.4% 였는데 95년에는 55.5%로 줄었다. 같은 연령의 여자청소년도 90년 55%에서 95년 50%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5년에는 청소년층의 성경험 인구가 50% 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현상은 에이즈 등 성병의 확산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또 결혼 또는 동거부부의 성관계 회수도 바쁜 생활로 인한 피로감때문에 줄어드는 추세다.

7,미스 스트롱(Miss strong)=‘마초’는 남성우월주의자를 뜻하지만, 이제는 ‘마초여성’ 또는 ‘미스 스트롱’이 각광받는 시대다. 권투, 프로레슬링, 이종격투기,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서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고, ‘기업계 여성종사자들을 위한 강한 훈련’ 등과 같은 프로그램도 인기다. 특히 21세기 미스스트롱들은 여성미와 강한 체력 및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제일기획의 최근 조사결과, 우리나라 남성과 여성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고 양성(兩性)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66.7%, 여성의 57.3%가 ‘양성형’으로 분류된 것. 특히 여성은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당당한 자의식으로 무장한 ‘우마드’(Womad·여성과 유목민의 합성어로 신모계사회의 도시유목민을 뜻함) 성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8,온라인 사랑찾기(Love Online)=인터넷을 통한 사랑찾기 또는 중매사업이 오프라인을 능가하는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미국 경우 ‘페펙트매치 닷 컴’ ‘ 클래스메이츠 닷 컴’ 등이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정 인종, 종교, 문화, 취미별로 데이트 상대를 찾아주는 특화된 중매 인터넷사이트들이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국내의 온라인 사랑찾기는 이미 전성기를 구가중이다.

9,프로이트의 부활=리비도(성욕)와 같은 인간의 무의식에 관한 프로이트의 연구가 재조명된다. 프로이트 연구의 한계점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심리치료에 미친 프로이트의 영향력은 아직도 지대하다. 특히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프로이트 식 대화치료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부각되고 있다. 특히 펭귄출판사가 일반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뉴 펭귄 프로이트’시리즈를 출간, 프로이트의 부활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10,신(新) 불가지론의 부상=신의 본체나 사물의 본질을 인간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사상을 갖고 있지만 영적인 것을 중시하는 조류가 없다는게 불가지론이다. 신불가지론자는 교회 등 기존 종교 제도에 대해서는 강한 불신감을 갖고 있으나 무신론자는 아니고 영적인 존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은 지식층에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영적 생활을 다룬 서적, 명상용 음악 등 각종 상품, 강연 등이 호황을 맞고 있다. 마돈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기네스 팰트로, 믹 재거 등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유대주의 신비교 ‘카발라’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신불가지론의 경향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카발라센터 경우 생수를 비롯해 책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해 엄청난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애리기자 aeri@munhwa.com

그들이 시장을 바꾼다

11,아동고객을 잡아라=에코 부머(Echo Boomer) 또는 Y 세대로 알려진 밀레니엄 세대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지난 1980년대 중반 2차 베이붐 시기에 태어난 이들 밀레니엄 세대의 대부분은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돈벌이할 연령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의 전 분야 걸쳐 수십억달러에 해당하는 막강한 소비력을 갖고 있다. 미국 어린이의 10%가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가운데 4~12세 어린이의 소비 시장은 연간 3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부모의 구매에 대한 어린이들의 영향력도 1980년대 중반이래 급속히 확대됐다. 1984년 500억 달러에서 1997년에는 1880억 달러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어린이 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임’, ‘피플’,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같은 잡지들은 청소년 판을 만들어 ‘젊은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또 제너럴 모터스(GM)같은 자동차 업체는 어린 학생들을 전시관으로 초대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회사들은 초등학생 뿐아니라 유치원생에게까지 접근, 견학 경비를 대준다.

12,향수(鄕愁)브랜드 부활=격변의 21세기에 역설적으로 일부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성장기에 썼던 물건 속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위안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특히 2차대전이 끝난 1945년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가 그렇다. 발빠른 기업들은 옛 상품의 이미지는 살리면서 현재 유행하는 경향에 맞추는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로 재포장해 생산해 내고 있다. 하지만 맛이나 감촉, 원래 상품의 핵심적인 특성 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사의 ‘뉴비틀’은 대표작이다. 청량음료의 대명사인 코카콜라도 베이비 붐 세대의 성장기 시절 병모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재질만 플라스틱으로 바꾸어 생산해 내고 있다.

김도연기자 kdychi@




생활속 웰빙시대 온다

13,더피족(Duppie)증가=20세기가 여피(젊은 도시전문직종사자)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더피족의 시대다. 더피족이란 ‘우울한 도시 전문직 종사자 (Depressed urban professionals)’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 자의 또는 타의로 고소득 전문직을 떠나 이전 직종보다 소득이 떨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르킨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 대신 적게 번만큼 적게 쓰고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발적으로 전직 또는 시골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현대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느리게 살기’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물론 더피족 중에는 경제불황으로 인해 강제로 해고당한 사람들도 상당수다. 이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사회재적응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14,환경운동 대중화=2005년 지구촌의 최대 화두는 온실가스배출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의 발효다. 오는 2월 16일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따라 환경문제는 전세계인들의 일상속으로 깊숙히 들어오게 될 것이다. 환경운동을 특정 전문가집단이나 운동가들만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일반 소비자들이 물품을 구매할때 환경을 꼼꼼히 고려하는 ‘환경운동의 대중화’가 확산될 것이다. 휘발류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 환경제품의 인기도 높아진다.

스타벅스의 경우처럼 환경을 마케팅으로 내세운 기업들도 늘어난다. 환경운동단체가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경우도 흔해질 것이다.

15,느긋한 자녀기르기(Relaxed parenting)=21세기에 들어 자녀교육관이 바뀌고 있다. 성취지향적 교육이 반드시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부모들이 보다 느긋한 자녀기르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더피족 증가, ‘느리게 살기’, ‘슬로 푸드(slow food)’등의 인기와도 일맥상통하는 경향이다.

16,햄버거는 가고 샌드위치가뜬다=2004년 ‘공공의 적’ 중 하나가 바로 패스트푸드, 그 중에서도 햄버거였다. 영화 ‘수퍼사이즈 미’를 통해 햄버거를 주식으로 먹었을때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집중 부각됐다. 패스트푸드를 즐기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심장수술까지 받았다. 이제 햄버거가 패스트푸드의 강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신선한 재료들로 만든 샌드위치의 인기가 높아진다. 패스트푸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패스트푸드 매출에서 샌드위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5년전에는 8%였으나 올해는 11%로 껑충 뛰어올랐다. 미국의 샌드위치 매출액은 1050억달러(111조원)였다. 샌드위치 전문 레스토랑의 인기도 높아진다.

17.탈(脫)스트레스 산업 호황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각종 건강 프로그램과 상품들이 호황을 이룬다.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가, 명상, 태극권, 아로마테라피, 마사지 등이 바로 대표적 탈 스트레스 상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들어 국내에서 부유층을 겨냥한 ‘스파’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현상도 바로 탈 스트레스에 대한 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명상을 하면 혈압이 조절되고, 생리통 등 각종 통증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8,행복과학=행복이 과학의 주요 테마가 된다. 최근 들어 행복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있는지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유전자 및 두뇌에 관한 연구, 항우울제 개발 등도 행복과학과 연관돼 있다. 미국에서는 프로작을 비롯해 팍실, 졸로프트, 셀렉사 등 항우울제들로 제약회사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교정할 수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테라피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오애리기자
aeri@munhwa.com
[문화일보 200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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