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방송가에 대한 사정 칼날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 PD들의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방송과 연예기획사와의 검은 돈 거래의 실체가 벗겨지고 있는 것.
각 방송파의 간판 PD라고 할 수 있는 KBS 박해선 국장, MBC 고재형 책임프로듀서, SBS 배철호 국장 등 간판급 PD들이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주식과 돈을 제공 받은 협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문무일 부장검사)는 17일 이들에 대해 이번 주 중으로 검찰 출석을 통보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KBS TV 제작본부의 박해선 국장(예능팀장)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현금과 주식 등을 제공 받은 혐의가 계좌추적 과정에서 포착돼, 현재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상태이며, 특히 박 국장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억 원대의 오간 것으로 확인돼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또 KBS 2TV의 인기 쇼·오락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를 맡고 있는 김시규 CP(책임프로듀서)는 연예기획사로부터 주식과 돈을 받은 혐의와 함께 모 연예기획사가 코스닥에 등록해 주가가 급등할 때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들인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 CP는 연예기획사 사장과 함께 강원랜드를 드나들며 카지노 칩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어 구속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SBS 배철호 라디오총괄국장은 지난 2005년 팬텀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수만 주의 주식과 현금 등을 상납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는 것. 사실상 SBS의 간판 PD로 통하는 배 국장은 예능국장과 제작위원을 거쳐 현재 베이징올림픽 방송기획단장을 겸직하고 있다.
배 국장과 평소 친분이 있는 SBS 모 작가의 계좌에 엔터테인먼트사로부터 수천만 원대의 뭉칫돈이 수시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배 국장 등 SBS 간부들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를 집궁 조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이 작가는 지난주 체포됐다가 현재 풀려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배 국장은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사건 당시 SM엔터테인먼트 등으로부터 앨범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명 수배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MBC의 스타급 PD인 고재형 CP도 곧 조사할 계획이다. 고 CP는 MBC 인기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태지 컴백쇼’를 연출하는 등 영향력이 막강하다. 검찰은 고 CP에 대해 지난 15일 소환을 통보 했으나, 고 CP는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밖에 SBS의 예능·제작 분야 국장급 PD 정 모씨와 한 모씨, KBS 예능 PD인 또 다른 김모씨 등을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며, 수사대상에 오른 40명가량의 PD 가운데 금품 수수 규모가 크고 대가성이 짙은 PD들을 선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18일 “일부 기자와 애널리스트도 기획사로부터 돈을 받은 단서가 포착돼 이들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혐의를 받고 있는 기자는 PD보다 많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이도형 팬텀엔터테인먼트 전 회장 여비서의 수첩에 모 언론사 기자 A씨의 이름과 함께 수백만 원의 금액이 적혀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만간 A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예능 PD들의 비리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사건 규모가 커지자 지방에서 검사를 차출해 수사팀까지 보강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김영덕 기자 ghost7287@nate.com [독립신문 http://independent.co.kr 2008.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