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어르신들의 청학동 나들이

한자한문교육 자격증 소지자인 훈장(訓長)들의 회원단체인 포훈회(蒲訓會)는 한국서당훈장교육원(원장 全漢俊, 포훈회장) 후원으로 금년도 ‘문화유적탐방’ 계획에 따라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청학동(靑鶴洞)을 지난 11월 9일 찾았다. 작년의 안동 하회마을 답사에 이은 두 번째 행사라고 했다.


아침 7시에 서울 신설동 동대문도서관 앞에서 47명으로 구성된 답사팀 일행은 출발하였다. 일차 경유지로 남원 광한루원을 거처 두 번째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자 방송드라마 촬영지인 평사리 최참판댁을 돌아보고 마지막 행선지인 청학동을 탐방한 후 당일 귀경하기로 정해진 빠듯한 답사코스였다.


전한준 회장은 회원들에게 “청학동은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이 은둔생활을 하며 말년을 보낸 곳이고, 고려시대 학자 이인로는 속된 세상을 등지고 싶은 마음에 사촌형과 함께 청학동을 찾아갔으나 인간세상이 아닌 듯 마침내 찾지 못하여 그의 저서 파한집에 그리움과 아쉬움을 기술하여 놓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 후에도 수많은 선비들이 동경해온 살기 좋은 곳, 이상향의 마을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즈음 청학동은 마을 주민들의 자녀는 물론 타지에서도 전통적 전래방식의 예절·인성교육과 한자·한문학습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옛스러운 서당의 풍습이 잘 보존된 곳입니다.


우리 포훈회 훈장들은 이 곳 청학동 서당에서 고유한 전래방식의 서당을 벤치마킹하고 또한 현대 시민생활에 맞는 새로운 서당문화의 모델을 탐색해 나가야 합니다. 남원 광한루원과 평사리 최참판댁에서도 살아 숨 쉬는 우리들의 문화유적의 의미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귀중한 탐방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며 인사말을 하였다.


답사팀 일행 중에는 80대가 몇 명 되고 대부분 6~70대가 참가하였다. 그 중에서도 60대는 막내 벌에 속하고 70대가 주력부대를 이루였다. 교통편만으로도 왕복 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운영진에서는 신종플루가 극성을 떨치는 때인지라 실버들에게 행여 어떤 병고나 차멀미 구토증 등의 증세가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 응급조치 대비에 만전을 기하였고 한 명도 이런 증세가 없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훈장 어르신들은 ‘국자찬가·교육애·사자소학·호천망극·독도’ 등의 노래를 부르며 지루한 여로를 씻으며 눈빛을 보면 호기심과 배우고자 하는 학구심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듯하였다. 물론 점잖게 얌전을 빼는 경우도 있었지만 좌중의 시선을 끌어 모아야 직성이 풀리는 듯 너스레를 떨고 넉살 좋은 재담과 유머로 웃음꽃을 피우는 훈장 어르신들이 많았다.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은 청춘이었다.


일행은 남원 광한루원과 승월대 사이에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요천 위에 놓인 다리인 ‘선녀들이 내려 왔다.’는 승월교를 즐겼다.


‘일 년에 한번만 밟아도 부부금슬이 좋아지고 자녀가 복을 받는다.’는 오작교, 성춘향과 이도령의 아름다운 연분이 얽힌 전설적 누각인 광한루, 축원을 빌면 백년가약이 이루어진다는 춘향사당을 관람한 후 바로 다음 경유지인 악양 평사리 최참판댁으로 향했다.


지리산 성제봉 자락에 자리잡은 최참판댁 입구에 도착하자 전한준 포훈회장은 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의 베품과 나눔에 대한 미덕을 화두 삼아 소상히 설명을 해주어 일행들은 이곳저곳 살펴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남원 춘향전과 평사리 최 참판댁이라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유한 그 고장의 문화가 바로 그 고장을 지탱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전 회장의 주장에 일행 모두는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섬진강 줄기 굽이굽이 따라 뻗혀진 십리벚꽃 도로를 달려 청학동으로 향했다. 꽃샘추위가 끝나고 4월이 오는 봄날이면 이 곳 십리벚꽃은 환상적인 벚꽃 터널의 장관을 이루고 “이 길을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고 하여, 일명 ‘혼례길’이라고 부른다.”면서 이 곳 지리에 밝은 어느 여성 훈장이 차량 내에서 마이크를 잡고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지리산 삼신봉 남쪽 자락에 자리 잡은 청학동은 행정구역상 주소지는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 속한다. 한풀선사가 지었다는 삼성궁은 민족의 성조인 환인·환웅·단군을 모신 배달성전이다. 개울과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는 곳곳에 돌담들이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띠었고 청학을 상징한 높다란 목각들이 창공을 찌르고 솟구쳐 올라갈 듯한 기세로 세워져 있다.


한참 숨 가쁜 산행 끝에 어느 문루에 다다르니 문밖에 설치한 징이 놓여 있고 일행 중 한 명이 안내판을 읽은 후 징을 세 번 힘차게 울리니 잠시 후 도인차림의 한 젊은이가 마중 나와 일행들에게 삼성궁 경내를 설명하였다.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뜻을 받들어 수행하는 민족의 도장이라고 했다.


청학동에는 20여 곳의 서당이 있었다. 그 중 일행이 들린 곳은 효(孝)와 예(禮)로 가문의 엄격한 전통을 지켜온다는 풍교헌(風敎軒) 서당을 찾았다. 부자가 운영하는 서당으로 아버지 죽헌(竹軒) 강웅위(85) 훈장과 아들 송곡(松谷) 강동의(41) 훈장이 가르치고 있었다.


천자문, 사자소학, 추구집, 동몽선습, 계몽편, 명심보감, 격몽요결 등의 고전과 판소리, 활쏘기, 사군자, 서예, 민속놀이, 자연과 함께 하는 야외수업, 공방체험, 도인체험 등의 학습프로그램으로 교육하고 있었다. 일행은 마중 나온 강동의 훈장에게 우선 한문 교육시 강(講)을 읊조리는 책거리를 선보여 달라고 주문하자 즉시 시범해 보여 감탄과 박수를 받았다.


전한준 포훈회장이 “서당훈장의 전통식 방법을 대대로 보존되어 대단히 그 의미가 깊다.”고 말하자 강동의 풍교헌 훈장은 “부끄럽습니다. 아버님께 누가 되지 않으려 할 뿐입니다.”며 대를 이은 서당훈장이란 가업에 대하여 겸손과 지극한 효성심으로 응답을 하였다.


풍교헌 서당을 탐방한 일행은 바로 승차하여 귀경하여야만 했다.

청학동 도로변에 늘어선 감나무들은 계절이 말해주 듯 잎 새는 다 떨어졌지만 수많은 잎 새만큼이나마 붉은 홍시가 다닥다닥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끌었고 가지사이로 어둠이 이내 깔렸다.


어둠이 깊어 가자 차 안에는 졸고 있는 훈장 어르신들은 늘어나고 어느 훈장 어르신이 탐방행사의 아쉬움을 달래듯 마이크를 잡고 노랫가락의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것이라며 한 대목을 읊었다.


환웅(桓雄)님 심으신 남ㄱ(나무의 옛말)에 신지효시(神誌嚆矢)로 물을 주어

치우(蚩尤)로 뻗은 가지 단군(檀君)님 꽃 피웠네

아마도 이 꽃 이름은 천추만대(千秋萬代)의 무궁화(無窮花)라


복희(伏羲)님 그리신 팔괘(八卦) 하늘 땅에 물 불이라

산과 바람 우레와 연못 동서남북 사방팔방

깨달아 눈을 떠보니 하나하나가 글자로다


순(舜)임금 이르신대로 물을 막아 논밭 갈며

오교(五敎)를 가르치더니 저리 나라 세웠구나

덩치는 커졌다마는 속은 아직 차지 않네



실버넷뉴스 이상천 기자 house@silvernetnews.com


[실버넷뉴스 www.silvernetnews.com 200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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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화보
(교정 중)


요천 승월교①




요천 승월교②




광한루원 정문




선취각 출입문




성춘향의 옥중 시





옥중 시




암행어사 이몽룡의 시





이몽룡 어사의 시를 해석하고 음미하는 포훈회 훈장 어르신들①




이몽룡 어사의 시를 해석하고 음미하는 포훈회 훈장 어르신들②





민족혼이 담겨있는 춘향전의 이해




남원의 민속축제





광한루원 민속놀이 체험장





이몽룡 장승과 성춘향 장승
이도령 “이리오너라 업고놀자”, 춘향 “어화둥둥 내 낭군”




월매집 입구














오오작교①





오작교②




오작교③





오작교와 광한루





오작교 다리 밑에 살고 있는잉어떼





오작교 연못에 띄운 배













광한루①





광한루와 오작교











광한루② 29번 미등록








훈장 어르신들 ‘문화유적탐방’ 기념촬영





춘향사당 마당을 답보하는 훈장 어르신들








연못에 띄운 ‘춘향과 이도령’의 조형물









행랑채에서 밥퍼 중인 방자




박경리 토지문학비














평사리 최참판댁 드라마 촬영지①




평사리 최참판댁 드라마 촬영지②


평사리 최참판댁 드라마 촬영지③




평사리 최참판댁 드라마 촬영지④




평사리 최참판댁 드라마 촬영지⑤




평사리 최참판댁 드라마 촬영지⑥




평사리 최참판댁 드라마 촬영지⑦





평사리 최참판댁 드라마 촬영지⑧




평사리 최참판댁 앞산




청학동 삼성궁 입구





청학동 박물관①




청학동 박물관②





청학동 박물관③




청학동 박물관④




청학동 박물관⑤





청학동 박물관⑥



















누가 무슨 사연이기에...이 바위에동전들을 얹어 놓았을까?





마음 속에 맺힌 간곡한 소원을 절실히 기원하면 풀어준다는 ‘소원바위’
‘소원바위’ 위에는 많은 이들이 동전을 얹어놓아 소원풀이한 흔적이 생생하다





















너와집




돌담재①




돌담재②

















삼성궁 진입로








































































































허리춤까지 머리를 길게 기르고 도를 닦는 도인촌 원주민 낭자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산행을 하고 있다
























청학선원 삼성궁 안내표지판①
























청학선원 삼성궁 안내표지판②












건국전(建國殿)




























































홍익인간대장군 돌장승





이화세계여장군 돌장승






건국전 앞에서






환인 단 앞에 경배하라






환웅 단 앞에 경배하라





단군 단 앞에 경배하라







건국전에서




























































































































풍교헌 서당 진입로







풍교헌 서당






풍교헌 서당 강동의 훈장의 강독 음운을 경청하는 포훈회 훈장 어르신들





강독을 시범하는 강동의 풍교헌서당 훈장
































아버지 죽헌(竹軒) 강웅위(85) 훈장,아들 송곡(松谷) 강동의(41) 훈장과 그의 자녀들




전한준 포훈회장과 강동의 풍교헌 훈장과의 만남
















































감따기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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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청학동 답사에 참가한 가산(佳山) 임봉훈(任奉壎)시조시인은
창작시(時調,詩調 각 1편)를 짓고 창(唱)을 불렀으며
그가사는다음과 같다.

삼성궁 청학동 (三聖宮 靑鶴洞)

푸르른 두루미 골

시루뫼 맑았구나

돌담재 배달마을

밝달님 세 분 기려

징소리 둥둥 울리니

열려지는 하늘길

2009.11.9

佳山 任奉壎

三聖宮

方丈甑峰松竹靑 지리산 시루뫼에는 소나무 대나무가 푸르르고

聖宮鉦響始開

삼성궁은 울려 퍼지는 징소리에 비로소 문이 열리도다

城尖塔帝鄕鉦돌담재 뾰죽한 탑은 제향(上帝가 사는 고향)으로 밝히고

鶴洞崇堂威影靈 두루미골 숭당에는 위엄 있는 영정이 신령스럽도다

桓國域中神秘結 환국(大韓民國)은 세계에서 신비하게 다져진 나라이고

白頭流下報祠

백두산 줄기 아래 보은의 제사 지냄이 아름답도다

登樓一坐

歌裏다락에 올라 한자리 하여 이어 부른 노래 속에서

長史光明萬載聲오래되고 긴 역사 밝은 빛이 만세도록 향기나는도다

2009.11.9

佳山 任奉壎

甑 시루 증/鉦 징 정/

문,빗장 경/
돌무더기 적(衆石)/
아리따울 정/
이을 갱


佳山 任奉壎(79歲) 프로필




한시(漢詩) 작가
역사탐방가
전국한자교육추진연합회 지도위원
포훈회(蒲訓會) 고문
풍천임씨(豊川任氏)중앙종친회 부회장



Posted by no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