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기]역술인들이 점친 2005년 한국의 운
새해는 주역의 괘상이나, 을유(乙酉)년 운이나, 닭띠 해 자체의 운으로 볼 때 개인이건 국가건 좌충우돌 현상이 심해 자중자애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갈등은 금물. 이런 이유에선지 한국사 2000여년을 되돌아보면 을유년에는 유난히 눈길을 끌 만한 사건 사고가 없었다.

운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정역철학회, 한국역술인협회의 역술인들에 따르면 닭띠 해인 2005년에는 상하, 좌우, 동서, 남북, 빈부, 노사 간에 강한 충돌 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참으며 순리에 따라야지, 성급하거나 속단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정치인들이 경솔하게 자기 목소리를 높인다든지, 노동자들이 무리하게 ‘내 몫 챙기기’에 나서면 동반으로 큰 고초를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한 중진 역술인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없어 안타깝다”며 “2005년은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갈등이 절정에 와 있는, 대단히 소란스러운 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운에는 헛된 일을 하지 말고 옳고 바른 데로 걸어가며,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상수”라며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의 뜻을 잘 따라야지 국민의 뜻과 엇박자를 내면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도 그렇게 잘 풀릴 것 같지 않으므로 성급하게 나서거나 큰 기대를 접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역리학자도 “2005년은 지난해보다 정치나 경제 사정이 더 어려울 것 같다”며 “서로 양보의 미덕을 살려 우리 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역술인은 2005년에는 이상기온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며 풍수해 등 재해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05년을 잘 참고 넘기면, 2006년 병술년에는 ‘비 갠 뒤 해가 뜨는 것’ 같은 좋은 운을 맞게 된다고 풀이했다. 역술인들은 또 2005년에 태어나는 아이는 영리하고 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운세 때문에 몸을 사렸을까. 한국사에서 을유년에는 큰 사건 사고가 없었다. 60년 전 을유년인 1945년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광복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사건이었고, 1285년 고려시대 고승 일연(1206∼1289)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것 등이 눈에 띌 뿐 주목할 만한 사건 사고가 없다.

세계사도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神性) 부정행위를 단죄, 분열된 교회를 통일시키기 위한 니케아 공의회를 소집하는 일이 있었을 뿐 눈여겨 볼만한 사건 사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역리학자들은 주역을 우주론적 철학으로 꼽는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를 공부하는 학문으로, 흉운(凶運)을 물리치고 길운(吉運)을 잡는 처세의 지혜라고 역리학자들은 말한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세계일보 2004.12.31]

Posted by no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