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를 모르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韓國語”

주한 美대사관 참사관 출신 제임스 휘트록 2세가 쓴 '漢字·韓國語 학습사전'

漢字를 알아야 韓國語의 의미를 理解할 수 있다는
「漢字/韓國語 학습사전」의 著者 제임스 휘트록 2세


"국무부의 外國語 敎官이 내가 韓國語를 배운다니까 '축하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言語를 배우게 됐군요' 하더군요. 漢字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습니다."

95년부터 4년간 주한 미국대사관 정치참사관을 지낸 제임스 휘트록 2세(61)가 漢字를 통한 韓國語 學習方法을 담은 책 <漢字/韓國語 學習辭典>(Chinese Characters in Korean․一潮閣)을 펴냈다. 외국인은 물론 漢字를 모르는 在外僑胞 學生들에게도 유용한 지침서다.

휘트록씨는 듀크대학에서 政治學을 전공하고, 조지타운대학에서 法學博士學位를 받은 外交官이다. 62년 국무부에 들어가 작년 가을 은퇴할 때까지 38년간 유럽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를 돌아다녔다. 그는 政治參事官으로 駐韓 美國大使館에 勤務했으며 지난 99년 9월 한국을 떠나기 2년 전부터 執筆에 착수하여 이번에 책을 출판하였다고 한다. 꼬박 4년여가 걸린 셈이다. 공직에서는 지난해 가을 美 國務府 人事課 顧問職을 끝으로 은퇴하였다.

5년전 韓國에 부임할 때만 해도 '韓國語쯤이야'하고 가볍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독일․프랑스․덴마크․스페인․이탈리아어와 아프리카 스와힐리어까지 능통한 그는 外交官으로 생활하면서 韓國語만이 내가 유일하게 잘 말할 수 없는 언어라는 데서 挫折感과 부끄러움이 들어 韓國語를 본격 공부하자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읽는 것은 쉽게 따라할 수 있었지만 전혀 의미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漢字는 무시무시한 怪物같았어요. 韓國語의 70% 정도가 漢字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 피해갈 수도 없구요."라며 韓國語를 처음 接했을 때의 심정을 토로한 휘트록씨는 "그러던 어느날 'negotiation'이 韓國語로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았더니 '협상'이라는 한글표기와 함께 괄호 안에 '協商'이라는 漢字가 있었습니다. '協'이라는 漢字의 의미에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화합/조화(harmony)'가 있었습니다. 물론 '協'은 '열 십(十)'과 '힘 력(力)'으로 구성된 것이지만 서양인의 눈에는 '십자가(cross)'와 '삼위일체(trinity)'였기 때문에 기억하기 아주 쉬웠습니다. '말씀 언(言)'의 경우에는 '입(口)'에서 소리가 물결처럼 나오는 모양이라 생각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었고 '뫼 산(山)'은 누가 보더라도 산봉우리 3개의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漢字를 아는 것이야말로 韓國語를 익히는 지름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라고 한다.

"漢字의 구성원리는 化學과 같습니다. 元子가 모여서 分子를, 分子가 모여 化合物을 이루듯 部首가 모여서 글자를, 글자가 모여서 單語를 만드니까요."

1,000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책에는 그만의 독특한 漢字찾기 비결을 담고 있다. 이 책에 사용된 방법은 대단히 간단한 것으로서 214개의 漢字의 部首를 사용하여 약 2,300자의 漢字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韓國語에서 사용되는 1,800자의 常用漢字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제1부는 부수에 대한 설명이며, 제2부는 이 漢字들을 다음과 같이 '첫번째(맨위/왼쪽) 부수'순, 한글 가나다순, 영어 알파벳 순, 漢字字典의 순 등 4개의 리스트로 각각 정리해 놓았다. 이중에서도 특히 '첫번째(맨위/왼쪽) 부수' 순의 리스트는 漢字를 모르거나 획수를 세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유용할 것이다.

서울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의 동해안 잠수정 침투와 대통령 선거, 정권 교체 같은 긴박한 사안이 쉴새없이 터졌지만 韓國語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휘트록씨는 98년부터 평일 밤과 주말을 책 쓰는데 보내 "골프나 낚시狂 남편 때문에 주말 과부가 있는 것처럼, '漢字 寡婦'가 된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머리말에 적고 있다.

휘트록씨는 누구든 漢字를 배우거나 또는 漢字를 통하여 韓國語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漢字에는 타당한 의미가 있다(chinese characters make sense)'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漢字가 왜 그러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글자를 외우고 단어를 외우는 것뿐 아니라, 나아가 한국과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漢字를 倂用할 것인가 또는 한글을 專用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에 참여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英語의 경우 그리스語나 라틴語가 그러하듯이 漢字는 韓國語를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전혀 몰랐었지만 漢字가 어떻게 성립하였는지를 '알고 나자' 韓國語의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國內에는 外國人들이 韓國語에 녹아있는 漢字를 배울 수 있는 책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의 출간은 더욱 큰 意味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外國人의 손을 빌어 이러한 冊이 출간됐음에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勞苦로 다른 外國人들이 韓國語를 익히는데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하였다.



2001년 5월 제22호 월간 <한글+漢字문화> 명사인터뷰
(전국韓字교육추진총연합회 발간)

Posted by no1tv